"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누구든지 그냥 허송세월 하다가 보면 본의 아니게 지나면 나이들을 먹게 된다. 원한다고 해서 마음놓고 먹을 수도 없으며 거부한다고 비켜 가는 성질도 아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부끄러운 일이다. 해놓은 일도 없이 무슨 자랑처럼 얼굴에 굵직한 주름살을 붙이고 다녀야 하는 일은 매우 쑥스러울 것이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서글퍼질 때도 있다. 마음은 젊었을 적이나 진배없건만 알아주는 이도 없고 몸마저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아무튼 늙어갈수록 나이를 한살 더 먹는 일 만큼은 그리 반갑지 않아 보인다. 죽기 살기로 떼를 써서 얻어먹은 나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젊었을 적에 의지 간데 없이 무지막지하게 고생한 분들이 꽤 많을 줄 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했듯이 덕분에 탄탄한 기초를 다져 운 좋게도 중년 이후 한숨 돌릴 만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막 한숨 돌린 후 여유 좀 찾아보려는 순간, 문득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쭈그러진 모습에서 하릴없이 도둑맞은 것 같은 젊은 날이 느껴져 마냥 서럽기만 할 때도 있다.

젊었을 적에는 한도 끝도 없는 고생의 연속이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여기저기서 일이 불거져 그때마다 저축한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곤 했다. 때론 제발 어서 빨리 이 어려운 시절들이 지나쳐 주기를 빌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고생되는 시기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묘책을 내기도 한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요즘처럼 취직이 어려운 시기에는 군대에 지원한다든지 또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시간을 벌면서 부모님 신세를 마다 않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들을 가리켜 캥거루 족이라고 한단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이가 젊었을 적에는 오히려 나이가 좀 들어 보이길 원했다. 아마 당시에는 대인관계에서 나이에 기대어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려는 얄팍한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연애를 할 때만 빼고는 아무래도 생존게임에서는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게 유리했다.

그러나 늙어 가는 지금에 와서도 그러한가. 아마 지금은 그리 노숙하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늙어 가는 것만큼이나 서러운 것은 없으니까. 자식에게 용돈 한번 풍족하게 얻어 쓰지 못한 부모님이 그랬고, 손 내미는 자식놈에게 원하는 만큼 쥐어주지 못할 적에 켕기는 마음이 또한 그것을 충분히 예감할 수 있지를 아니한가.

어쩌면 다들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느끼는 중년층도 많을 것이다. 이후로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은 고단한 현실 속의 안식처를 갈구하고 있어 보인다. 게중에는 삶의 의욕이 충만하여 현실 불만족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분들만 빼고는 아마 이 순간만이라도 영원하기를 바라는 중년층이 많으리라고 본다.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같은 어른"을 지칭하는 용어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동심의 세계에 머물러서 험난한 생존게임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말하는 용어이다.

동화 속에 나오는 피터팬은 나이를 먹지 않은 채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더라도 마음속에는 한결같은 아이의 동화 속의 상상의 모습 그대로 남아서 공상의 세계에서 영원히 늙지 않으며 신나게 모험하는 것에 착안하여 따온 말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의 피터팬 증후군이란 늙어 가는 사람이 경쟁력 강한 젊었을 적의 패기를 그리워하여 이미 흘러버린 덧없는 젊음 속에 안주하고픈 현실도피 심리도 포함하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는 사회적 배경으로는 가정이나 사회적 불안정, 학교교육 및 가정교육의 기능저하, 경제적 여건의 쇠락, 인간관계에 대한 갈등 등이 꼽힌다.

피터팬 증후군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감의 부족, 무책임, 무기력증 같은 양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여 미래에 대한 도전과 개척정신을 상실하고 막연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피폐케 하는 것도 이 범주에 넣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란 용어는 1983년 미국 심리학자 댄 카일러 박사가 자신의 저서인 "피터팬 신드롬" 이라는 책에서 1970년대 후반들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정신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피터팬 증후군과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에는 "키덜트(Kidult)" 란 단어도 많이 쓰인다. 키덜트는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써 20∼30대의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린이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하고 추구하는 성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키덜트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보수층들이나 책임감은 아예 없이 보호받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피터팬 증후군과는 달리 각박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마음 한 구석에 천진스런 어린이의 심성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구분하려는 매우 적극적이고도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들은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에 유치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엽기토끼 같은 앙증맞은 인형을 가방이나 휴대폰에 매달고 다닌다거나 업무책상 위에 인형을 올려놓는 것 등이 한 예일 것이다.

키덜트들은 이를 통해 얻은 영감이나 에너지가 일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생활하면 정서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키덜트 특유의 감성이 반영된 트렌드가 영화, 소설, 패션, 광고 등의 분야에서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특징은 자기본위 적이거나 폐쇄적이지 않고 폭 넓은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일반적인 피터팬증후군 같은 칙칙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점에서 키털드는 피터팬증후군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결혼을 서두르는 짝 없는 기러기들도 피터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최근에 유행하는 드라마에 따라서 원하는 배우자의 조건이 바뀐다. 얼마 전에는 허준에 등장하는 예진 아씨 같은 여성이 단연 인기 최고였다.

그러나 예진 아씨가 필로폰을 맞으며 흥분제인줄 알았다고 실토하는 순간부터 비정한 노총각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간만에 찾은 이상형이 올인의 송혜교였던 적이 바로 엊그제다. 그러더니 지금은 오로지 장금이를 최고로 친다. 그런 사람들이 요사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어떤 총각은 오로지 연상의 여인만을 고집한다. 이해심 많고 자애로운 여성이 좋다며 아이만 없다면 재혼 여성이라도 무조건 "오케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머츄어적인 사랑이라고 불러버릴까 보다.

이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여성은 자신의 나이도 잊어버린 채 줄곧 30세의 남성만을 찾고 있다. 스스로는 불혹이 턱걸이인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엽기남은 37세나 된 자신의 나이는 생각도 않은 채 건강하고 예쁜 2세를 낳기 위하여 무조건 12세 이상 연하의 어린 여성을 신부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피터팬 증후군은 이렇듯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배려보다는 우선 자신의 안위를 지나치게 염려하여 대세를 그르치는 매우 독선적인 형태로 표출되기 쉽다. 스스로 피터팬 증후군이 의심되면 마음을 다잡아 대의를 중시하고 뜻을 올바로 세워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향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피터팬 증후군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일본남자의 70%가 피터팬 증후군 소지자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가 보수적인 색채로 무장하여 지나치게 수구적으로 치우치면 자칫 현실을 도외시하고 자기본위 적인 사람이 되어 타협을 부정하고 지나치게 공격적 성향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

 

커버스토리 /나/?/캥/거/루/족/이/야

“어른되기 너무 겁나요”
고슴도치 교육에 ‘피터팬증후군’ 만연…
부모에 기대 독립하지 않고 ‘성장’ 거부

   

IMF 외환위기로 나라가 들썩이던 97년 말, 1년 간 교환교수로 미국에 머물던 오욱환 교수(이화여대·교육학)는 유학생 사회의 어이없는 모습에 분노를 느끼며 동료교수에게 편지를 썼다.

“여기 와서 확인하고 놀란 사실은 대부분 학생들이 한국의 부모로부터 ‘생돈’을 송금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비와 생활비는 물론이며 여행경비, 심지어 유흥비까지 받는 고슴도치도 있는 모양입니다. 그 학생들의 아내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한다는 얘기는 아직 한 번도 못 들었습니다. 물론 도서관에 붙박혀 공부하는 학생은 아무도 못 만났습니다.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한다는 녀석들이 일체의 유흥경비를 부모로부터 조달해 쓴다면, 도대체 그 학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들의 아내라는 한국 여자들은 세계에서 제일 편한 사람들로 보입니다. …이렇게 부모 품에 안겨 자라고 공부한 고슴도치들이 무슨 학문적 자존심을 갖겠으며, 자존심 없이 한 공부에 무슨 독창적 아이디어를 담아내겠습니까.”

오교수는 한국의 상황도 유학생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당연한데, 요즘 대학원생들은 돈 한푼 벌지 않으면서 쉽게 결혼하는 걸 보면 놀랍다”면서 늙은 고슴도치가 큰 고슴도치, 작은 고슴도치까지 부양하는 이상한 한국의 가족주의를 지적했다.

10년 동안 유학간 아들 내외의 뒷바라지를 하다 노후자금을 날린 것은 물론이고, 빚까지 져 생활이 어려워진 어느 은퇴 교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부모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오랜만에 아들 내외를 만나러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웃에 사는 미국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당신이 그댁 어머니냐? 우리는 어느 재벌집 아들인 줄 알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들 내외는 집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공부하고, 손주들을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등 넉넉하게 살고 있어서 주위에서는 재벌집 아들로 소문났다는 것이다.

사회 부적응, 멀쩡한 직장 그만두고 ‘컴백 홈’


IMF 시절 대학가에서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엄혹한 ‘취업 빙하기’를 비켜가기 위한 수단으로 휴학을 하든 대학원에 가든 가급적 학생 신분으로 남기 위해 발버둥치거나, 졸업 후에도 취업을 못한 채 계속 부모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였다.

문제는 ‘캥거루족’이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어른으로서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성장을 거부하며 ‘피터팬증후군’(Peter Pan Syndrome)을 보인다.

피터팬증후군은 육체적으로는 성숙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로 남기 바라는 심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1983년 미국 심리학자 댄 카일러 박사가 ‘피터팬 신드롬’ 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카일러 박사는 1970년대 후반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정신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남녀에 관계없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자신감 부족, 무책임, 무기력증 같은 양상을 설명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피터팬증후군의 대표적인 행동양식이 졸업기피증이다. 요즘은 여학생도 4년 안에 대학을 졸업하는 경우가 드물 만큼 휴학이 보편화돼 있다. 올 상반기 교육부가 조사한 전국 161개 대학 166만6749명의 재학생 중 30.5%인 50만8647명이 휴학 중이었다. 물론 그 중 절반 이상이 군입대를 위한 휴학이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졌거나 외국유학, 연수 등을 이유로 한 일반휴학도 38.1%에 달했다. 부모로부터 학자금을 지원받지 못할 정도의 형편이 아니라면, 휴학을 한 뒤 취업에 필수라는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을 하는 게 관례다. 물론 비용은 대부분 부모 부담. 휴학한 만큼 졸업이 늦어지니 부모에게는 이중고통이다.

또 뚜렷한 목표도 없이 전공을 바꿔가며 공부만 계속하는 ‘학위사냥꾼’들도 피터팬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들은 공부한다는 핑계로 모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유예기간을 늘려간다. ‘졸업하고 갈 데가 없으면 대학원 가면 되지’ ‘유학이나 가버릴까?’ 유학 가서도 쉽게 대학을 옮길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끊임없이 옮겨다니며 유학기간을 연장시킨다. 심지어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때려치우고 ‘컴백 홈’을 선언하기도 한다.

“아들이 유학을 가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처자식까지 데리고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어차피 같이 살 텐데 하루 빨리 합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불편해요. 다 큰 자식이 부모 집에 얹혀 사는 모양새도 안 좋고, 며느리 용돈까지 신경써야 할 때는 왜 자식을 낳아 키우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은퇴할 나이에 자식 교육비, 손주 양육비까지 부담하게 된 김모씨(58)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소비만 아는 풍요로운 세대, 돈 버는 법 몰라


하지만 막상 자식들은 경제력이 있는 부모로부터 지원받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며칠 뒤면 스물 여덟살이 된다는 하모씨의 신분은 미국 유학생. 선을 보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서른이 가까워오니 초조하죠. 미국에 있을 때 학비 빼고 매달 120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송금받았는데 정말 빠듯해요. 호화판 유학생활 어쩌구 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차피 한국에 있을 때도 용돈으로 그만큼 썼는데 미국에서는 공부까지 하잖아요. 부모님 부담은 마찬가지일 테고 아직 그 정도 경제능력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씨는 서른까지 유학생활을 계속할 거라고 했다. 그러나 아니다 싶으면 당장 돌아올 수도 있다. 어차피 외국 경험을 쌓고 영어를 익히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셈이라고. 그러나 직업은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하면 미국에서 살 거냐고 물었더니 “기왕이면 아이도 미국에서 낳아 들어오겠다. 그렇게 되면 여자 쪽 부모님이 생활비를 보태주는 게 관례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씨는 한국에 부모가 자신 명의로 분양받은 아파트 한 채가 있어 귀국하면 그것을 밑천삼아 장사라도 하면 된다고 말한다.

서울대 김모 교수는 몇 년 전 막내아들이 요구한 ‘대학 입학 선물’ 때문에 입이 벌어졌던 사건을 이야기한다.

“대뜸 70여만원짜리 아르마니 코트를 사달라는 거예요. 너무 놀라 ‘엄마는 그런 브랜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학생인 네가 어떻게 값비싼 수입 옷을 입겠다는 거냐’고 야단쳤더니, 되레 ‘한국도 이제 그런 국수주의적인 생각으로는 안 된다, 싼 옷 다섯 벌 사는 비용으로 좋은 옷 한 벌 사는 게 더 가치가 있다, 친구들도 다 입는데 왜 안 되느냐’며 나름의 논리로 반박하더군요.”

김교수는 아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결국 세일 기간에 코트를 사줬다며, 서울 강남지역에는 부모의 능력만 믿고 분에 넘치는 소비를 당연히 여기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사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 청소년들은 기본적으로 예전보다 돈이 많이 필요하다. 전에 없던 휴대전화요금, 인터넷 전용회선비, 게임방 비용이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고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친구 생일선물 등 특별비용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 하고 싶은 일도 많아 컴퓨터나 외국어, 악기, 운동까지 남들만큼 하려면 월 20만~30만원도 모자랄 지경이다.

서울대 이순형 교수(소비자아동학)는 독립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 미국에서조차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면서 “베이비 붐 세대(1943~1960)들은 정열적으로 일하며 스스로 부를 축적하는 데 성공했지만 X세대나 N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부모가 이루어놓은 부를 함께 향유할 수 있었다”면서 “어릴 때부터 고급소비생활에 익숙한 신세대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을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에 독립 대신 부모 곁에 남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 부모가 자식의 정신적 이유(離乳)를 방해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돈은 나중 일 ‘공부나 해라’ 부모들에 일차적인 책임


사실 대학생이 돼도 부모로부터 학비는 물론 용돈까지 받아 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어쩌다 고학하는 학생이 있으면 측은하게 여기는 분위기. 자라는 동안 돈 버는 법을 배울 기회도 없었고, 과외 아르바이트를 빼놓고는 마땅히 돈을 벌 만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니 ‘어린 게 공부나 할 것이지 돈은 왜 벌어?’라며 어른들로부터 핀잔을 듣곤 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돈을 버는 일보다 공부만 하기를 강요당하고 있어요.”(‘탈학교 모임’ 박경수)

경수군은 지난 8월 ‘유스페스티벌 2000’ 행사로 진행된 청소년노동포럼에서 “한국은 청소년들이 돈을 벌기에 너무 힘든 세상”이라고 토로해 그 자리에 모인 청소년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근로기준법상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원칙적으로 야간근무, 휴일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돼 있다. 온종일 학교에 묶여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이 이 법을 어기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무척 어렵다. 또 18세 미만 연소자는 그 연령을 증명하는 호적증명서와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를 사업장에 비치해야 하는 등 규정이 복잡해 10대들의 일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이 보호를 받는 게 아니라, 불법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저급한 임금)를 받고 있다고 김군은 주장했다.

리더십 영재교육원의 최창호 박사(심리학)는 아이를 독립시키는 방법으로 “일찍부터 돈을 가르치라”고 조언한다. 지금과 같은 성적 지상주의 교육은 고학력 룸펜을 키우기에 딱 맞다는 것이다.

“먹을거리를 스스로 구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르쳐 줘야 해요. 일정한 나이가 된 후에도 일을 하지 않고 주위의 부양만 받게 되면 점차 무기력에 빠지는데 무기력의 끝은 망상이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망상환자가 됩니다.”

정답만 강요하고 과잉보호… 인생의 목표 없어


용인정신병원의 하지현 과장은 “피터팬 신드롬의 원인은 부모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만큼 기대감도 크다. 심지어 대학생 자녀의 학점 때문에 교수를 찾아가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취업고사장에까지 부모가 기다리는 과잉보호가 만연해 있다. 이것은 거꾸로 자식 입장에서 보면 부모에게 돌려줄 것이 많다는 의미. 부모에 대한 부채감이 크면 클수록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지고 언제까지 보호받는 어린아이 상태로 남으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지나치면 정신병인 ‘우울증’으로 발전한다고 경고했다.

피터팬 신드롬의 공통점은 인생의 목표가 없다는 것. 최창호 박사는 중앙대와 강남대 심리학개론 수강생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가 그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응답자의 35%가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적어냈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존경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나 마찬가집니다. 성장을 하려면 가족 이외의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시야는 늘 가족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죠. 결국 부모에 대한 애착이 지나쳐 집착이 되면 피터팬신드롬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조기교육, 영재교육도 피터팬신드롬의 한 원인이다. 논술지도교사인 유용선씨는 조기교육이 실패에 대한 공포를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조기교육은 항상 정답만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은 정답이 따로 없는 질문에도 ‘이렇게 해도 되나요?’라고 되묻습니다. 틀린 답에 대한 공포를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 때문이죠.”

부모가 판단하고, 정답을 찍어주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정체감을 상실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정체감을 너무 일찍 타인에 의해 ‘획득’한다. 즉 자신이 고민해보지도 않고 부모가 만들어놓은 정체성을 그대로 받아들여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흔히 ‘헛똑똑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이런 유형이다. 하지만 평소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사소한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며, 성공에 대한 집착과 부담이 스트레스를 일으켜 현실로부터 도망가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과거지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명지초등학교 이귀윤 교장은 “문제를 줘야 해결도 있다”면서 교육의 목표는 독립임을 강조했다. 문제는 독립에 이르기까지 잠깐의 혼란도 참지 못하는 부모들의 조급함이다.

“인간은 남에게 간섭받기 싫어하는 본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자꾸 간섭을 하고 못하게 합니다. ‘그게 아니다’ ‘하지 말라’ 식 교육의 결과는 끝없는 의존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슴도치 부모가 결국 캥거루족을 길러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들쭉날쭉 한국의 성인 기준
주민증, 술·담배, 투표권 헷갈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만 18세. ‘청소년보호법’ 규정대로라면 19세 미만은 청소년이므로 친구들과 대학가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불법이다. 물론 담배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 신입생환영회부터 술파티로 시작되니 본의 아니게 불법부터 배우는 셈이다.
‘영화진흥법’이 규정하는 미성년자는 18세 미만. 청소년도 아니고 성년도 아닌 18세는 성인용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술,담배는 할 수 없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청소년보호법과 음반-비디오-게임산업 등 문화산업에서의 중복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문화관련 법률의 미성년자 연령기준을 19세 미만으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주민등록증은 만 17세가 되면 발급되지만 선거권과 자동차 운전면허증 취득은 만 20세부터 가능하다. 그래서 한 살 먼저 초등학교에 취학했다면 대학 3학년이 되어도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9세 선거권 허용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지만 결국 종전대로 20세 이상으로 결정됐다.
우리 사회는 원칙적으로 성인이 되는 연령을 20세로 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3년 4월20일(5월 17일로 바뀜)을 ‘성년의 날’로 제정했다. 참고로 성년 연령은 일본 대만 스위스가 20세,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 스웨덴 프랑스 네덜란드는 18세, 오스트리아는 19세이다.

‘캥거루족’ 미국·유럽도 골치
“돈 벌기 어려워” 독립하지 않는 어른 급증

캥거루족은 세계적인 추세다. 흔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부모 곁에 머무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던 미국에서조차 요즘은 부모 곁을 떠나지 않는 ‘캥거루족’이 수두룩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대 후반의 미국 남성 5명 중 1명, 여성 8명 중 1명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며, 일단 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 현상’도 1920년대 이후 2배나 늘었다고 한다. 좋게 해석하면 가족 간의 유대감 강화라고 할 수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안락하고 풍요로운 부모 곁을 떠나 굳이 힘겨운 독립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 젊은이들이 등을 밀어도 둥지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럽도 사정은 비슷한데, 그 중에서도 청년 실업률이 32%에 달하는 이탈리아에서 ‘독립하지 않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8월23일자 ‘뉴스위크’에는 “30세 미만 남성의 70% 이상이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90년 18~34세의 이탈리아인 중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은 약 52%였으나 98년에는 59%로 늘어났다. 또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독립을 하더라도 부모 집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토리노대 사라체노 교수는 “뒷바라지는 어머니 몫이고 부양은 아버지 몫”이 됐다며 이탈리아에 만연한 ‘마마보이 신드롬‘을 꼬집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문부성 조사에 따르면 올 봄 정규 또는 단과대 졸업자와 고교 졸업자 가운데 상급학교 진학도, 취업도 하지 않는 사람이 전체의 9.2%(32만4000명)에 달했다. 100명 중 9~10명의 젊은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대고 있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에게 일할 의욕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 진학도 취업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허리 휘는 아빠
35세 두 자녀 둔 가장, 5억원 이상 필요

현재 남자 35세, 여자 30세인 부부가 각각 7세(아들) 5세(딸)의 두 자녀를 기를 경우 앞으로 필요한 자금은 얼마나 될까. 다음은 생명보험회사에서 35세 가장을 위해 설계한 라이프플랜이다. 가족생활자금은 자녀가 독립(결혼)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인 54세까지 현재의 월 생활비 100%를 적용한 것이고, 55세 이후로는 현재 월 생활비의 70%를 적용한 것이다. 가장이 사망할 경우 나머지 가족을 위해 준비해야 할 자금이므로 생활비 부분에서 가장의 몫은 빠져 있다. 주택자금은 32평형 아파트를 6000만원 정도 대출받아 샀을 경우를 예상했다. 자녀 교육자금은 대학 졸업 시 계속 상승해 총 1억7795만원이 필요하며 두 자녀 결혼자금은 5000만원이 필요하다.
즉, 35세 가장은 앞으로 가족의 생활유지를 위해 최소 5억원 이상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 물론 이미 마련된 국민연금이나 저축, 보험금 등을 제하면 필요자금은 그만큼 적어진다. 푸르덴셜생명보험의 마경석씨(라이프플래너)는 “보험에 가입할 때 자녀의 결혼자금까지 염두에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요즘은 유학자금까지 포함해 증액(보험료를 높이는 것)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내생각
어느덧 파릇파릇한 시입생에서 남자아이들은 군대에 다녀오고
어느덧 여자아이들은 졸업을 햇다.
하지만 취업 됬다는 기쁜소식을 듣기 힘들다 .
말로만듣던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라는 것이
새삼스래 느껴지게 된다.
부모님께 의지아닌 의지를 하게된다 .
단지 바램은 내동기아이들이나 내주위에 모든 분들이
기쁘게 일자리에서 즐겁게 일했으면한다.
 
 
 
여튼 주절이 떠들었지만 결론은
독립심을 키우고 책임감을 키우고 열심이공부해서
돈많이 벌어서 엄마아빠의품안의 캥거루족이아니라
성공해서
엄마아빠를 든든하게 품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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